의학의 진보와 바이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평균 수명이 70~80세였던 시대에서, 이제는 100세 인생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인간의 평균 수명이 120세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는 단순히 수치상의 변화가 아니라, 인생의 구조와 사회의 모든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커다란 전환입니다. 120세까지 살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배우고, 사랑하고, 은퇴해야 할까요? 오늘은 인간 수명 연장의 흐름 속에서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달라질지 살펴보겠습니다.

인생 3막에서 5막으로, 생애 주기의 재구성
전통적으로 인간의 삶은 '교육-노동-은퇴'라는 3단계의 흐름으로 구성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120세 수명이 보편화된다면 이 구조는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한 가지 일을 평생 지속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평균 은퇴 시점인 60대 이후에 남는 60년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재설계가 필수적입니다. 이에 따라 '다단계 경력' 혹은 '생애 다중 경로'라는 개념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20대에 첫 번째 커리어를 시작한 후, 40대에 완전히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고, 60대에는 제3의 인생을 시작하는 시나리오가 당연해지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평생 직장'이나 '한 분야의 전문가'라는 개념보다 '평생 학습자' 혹은 '융합형 인재'라는 키워드가 더 중요해집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는 것입니다. 장수를 위해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 이상으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예방 의료와 웰니스 산업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고령화가 아닌 다세대 사회의 출현
120세 수명이 보편화되면 고령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초고령 사회’가 아닌, 다양한 연령층이 공존하며 주체로 활동하는 '다세대 사회'가 형성됩니다. 이제 80세, 90세의 노인들이 단순히 보호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일터에서 후배를 이끌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는 70대 이상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늘고 있으며, 이들은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도와 인식이 이에 따라가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지금까지의 법과 제도는 수명이 짧던 시절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왔기 때문에, 연금, 주거, 교육, 일자리 분배, 세대 간 자원 갈등 등 수많은 영역에서 구조적인 조정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청년층은 늘어나는 고령 인구의 자원 점유로 인해 박탈감을 느낄 수 있고, 반대로 노년층은 '언제까지 일해야 하나'라는 피로감과 함께 건강, 관계, 정체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120세 사회는 단순히 생물학적 생존의 연장이 아니라, 세대 간 공존과 역할 재배치를 요구하는 사회적 실험장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인생 설계의 시대,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
장수 시대에 가장 중요한 준비는 '재정', '건강', '관계', '정체성'의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한 총체적인 인생 설계입니다. 재정적으로는 더 긴 노후를 대비해 자산을 분산하고, 지속 가능한 수입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시적인 은퇴가 아닌, ‘생애 동안 수입이 지속되는 구조’를 목표로 해야 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파트타임 근무나 창업, 디지털 기반 노동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건강 측면에서는 단순한 병 치료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식습관, 운동, 수면, 정신건강 관리 등 전반적인 웰니스가 핵심 과제로 떠오릅니다. 수명이 늘어날수록 치매, 만성 질환, 우울증 등 장기적인 질환이 삶의 질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관계에 있어서도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족의 구조가 바뀌고, 친구나 커뮤니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지속 가능한 관계 자산’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심리적 안정에 큰 영향을 줍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체성'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에 대한 내면의 방향성이 없다면 장수는 공허한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발견하는 사람은 나이에 관계없이 생동감 있는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120세 시대, 우리가 준비해야 할 미래 삶의 조건
- 생애 주기를 재구성하고, 하나의 직업이 아닌 다중 경력을 준비해야 합니다.
- 건강한 장수를 위해 예방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일상에 녹여야 합니다.
- 세대 간 협력과 공존을 위한 사회적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 재정적 수명과 생물학적 수명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경제적 자립이 필요합니다.
- 삶의 의미를 찾고 유지할 수 있는 개인적 정체성 관리가 필수입니다.